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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추억을 되짚어 본다 [이터널선샤인 & 러브레터]

0. 

씨짚 놈들은 돈독 오른 전형적인 놈들이라 늘 생각하지만,
이런 컨텐츠들을 보면 가끔 기특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마구마구 소비해주련다.


#1. 
근무중에 계속 러브레터가 생각났다.
며칠 전에 러브레터 재개봉 소식을 듣고 며칠이나 인터넷과 아이폰을 왔다갔다하면서 적당한 시간을 찾은터였다.

그런데 역시..
재개봉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에만 개봉관이 있고,
원하는 시간 맞추기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찰나..

토요일 25시55분 시작??

어랏.. 새벽 2시네. ㅎㅎㅎ
한 2시간쯤이었으니까 4시에 근처 맥도날드에서 이른 맥모닝 먹고 첫차타고 오면 되겠구나.. 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문득!!
나이 생각이 들었다.
이런, 벌써 광땡 나이인데 내일 괜찮을까..
요새 술먹고 밤새기도 힘든데.. 

그러다가 내 맘을 잡아끈 건..

24시 05분 시작- 이터널 선샤인..
허걱!!!

이건 봐야해.
꼭 봐야해!!!
필견@!!!@


#2. 
명동역으로 가는 광역버스 시트의 따뜻함에 잠시 이대로 집으로 갈까.. 라는 유혹에 시달렸지만,
곧바로 아이폰으로 둘돠 결재!!

캬아..

인생 뭐 있나~
아직 젊은데 지르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쌀쌀하더이다.


#3.
좌석에 처음 앉아 두리번 거리니..
헐..
나뿐이었음.

완전 깜짝 놀랐지만,
곧이어 5-6명이..
아니, 5-6 커플이 들어와 진을 쳐서
약간..
아니, 좀 많이 마음이 상했음.

결국 혼자 보러 온건 나뿐...


#4.
근데 펑펑 울었다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 첫 여자친구였던 그녀와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다시 기억을 리셋하면
운명처럼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봤었지.

사범대 어느 과방에서 술을 먹다가 그녀와 호탕하게 대작을 몇번하고
법대 뒷마당 차 뒷자석에서 히죽히죽 거렸다.

그게 그녀를 처음 만났던 기억.

그리고 난 그녀에게 싸이 신청을 하고
별명을 미스 사범대라고 붙였었지.

우리가 사랑을 하고 있을 땐 평생일 줄알았다.

하지만 지금 우린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고,
그저 잠시 서로를 추억할 뿐..

은 개뿔.. 
나혼자 잠시 망상에 젖어 있다가
쓴웃음 짓고 주절대겠지.

첫사랑은 개뿔.. 


그런데.. 그런데..

자꾸만 영화의 장면장면이랑 내사랑의 기억들이 겹쳐졌다.

영화에서는 조금씩 지워졌지만,
내사랑은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녀와 함께 먹었던 잔디밭위의 도시락,
어둠 속에서 고백하며 두근거렸던 내 심장,
내 손을 맞잡으며 서로 펑펑 울면서 기뻐하던 그 때의 우리,
너무나 사랑스러워 생각만 해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 시절,
헤어지고도 너무나 아쉬워 며칠을 그냥 같이 밥먹으면서 지냈던 날들,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졌다.



잠시 그녀가 옆에 와서 말걸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만..



#5.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요....

아니,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터널선샤인이 첫 여자친구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면,
러브레터는 첫사랑이자 오랜 친구였던 또다른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 보았을때부터 눈이 먼것처럼
그녀 뒤에는 (정말이었다)
후광이 비치고 있었다.

뽀얀 피부에 큰 갈색눈, 긴생머리, 털털한 성격에 호탕한 웃음.
우린 바로 친구가 되었지만,
그렇게 15년을 친구로 지내게 될 줄은 그때는 까많게 몰랐었다.


몇해전 어설픈 고백으로 그녀를 잠시 가졌었다.

이제 그녀를 다시 가질 순 없지만,
그녀를 앓고 있었을때만큼
잘지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내 마음은 아직도,
그녀와 함께 러브레터를 봤던 전산소 강의실,
무더웠던 그 해 여름에 있는 것만 같다.





#6.
- 케이트 윈슬렛
아직도 애정하고 있는 넘나 사랑스러운 그녀이시다.
타이타닉에서 처음 본 순간 난 나의 이상형을 그녀에게서 찾았었다.



- 나카야마 미호
사실 러브레터를 볼때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난 그녀가 1인 2역을 했다고 생각못했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비슷한 외모의 배우들이 연기했나보다 했다.

ㅎㅎ


- 사카이 미키
근데 아역을 맡았던 사카이 미키가 더 귀엽고 이뻤다.

그랬다...





#7.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태초에 있었다는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 또는 그애와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우주가 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고,
닿을 수 없는 공간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만일,
그 우주를 건너 너에게로 다시 갈 수 있다면,
이따위 글을 끄적이지 않았도 되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밤, 
잠시나마 추억으로 여행을 떠났을 뿐이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