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그는 요즘 시쳇말로 하면 ‘루저’다. 그의 얼굴은 모방송 퀴즈에서 못생긴 연예인으로 손꼽일만큼 잘난 얼굴이 아니다. 눈도 작고 코도 뭉툭하여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는 얼굴은 아니다.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아저씨 느낌이다. 키도 작고 근육질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은 흔히 가질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엄청난 독서량과 사회경험을 추정할 수 있는 놀라운 언변,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재주, 예리한 관찰력과 직관력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력. 예전 혼란의 시기에 태어났다면 모사꾼이나 군주의 책사가 되었을 법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 덕에 대구 출신의 사투리를 아직도 고치지 못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 그의 능력은 요즘 예능의 대세인 리얼버라이어티에는 어울리지 않다. 그래서 잠시 주춤하고 있다. (물론 그의 정치적인 성향 탓에 외부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토크콘서트나 음악프로그램등 사람을 편안케하는 토크쇼 류의 예능이나 강연에서 그의 능력은 한층 더 빛난다.

이러한 그의 능력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라는 책을 통해 보여주고있다. 사회, 경제, 문화, 연예, 정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과의 인터뷰가 그려지고 있다.

역시나 현장감이 느껴지는 인터뷰다. 그는 이 책에서 예의 자신이 탁월한 인터뷰어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진솔하고 유쾌한 입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모 아나운서 출신 여자엠씨의 토크쇼처럼 날카롭고 이지적인 질문이 오가는 게 아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인터뷰이가 다 김제동의 친구이고, 동네 선배이고, 아는 동생처럼 느껴진다.

그런 반면 현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콘들이기에 여러모로 주목할 인물들이다. 첫 스타트를 끊은 소설가 이외수씨. 강원도 화천감성마을의 자타공인 이장으로 독특한 소설세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트위터의 선봉장이기도 하다. SNS가 쓰레기미디어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을 전달하고 연결해주는 매개체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 뿐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진보적인 인사들의 인터뷰가 많다. 전 KBS 사장인 정연주씨, 지금은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변호사,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대표, 소설가 조정래씨, 누구보다도 비주류의 감성을 잘 대변하고 있는 배우 황정민씨, 독특한 멘트의 최일구앵커, 성공회대 석좌교수이신 신영복교수님 등. 대한민국에서 진보와 개혁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그저 프로파간다만 외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 불합리함을 이야기하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를 말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좋아하는 감성시인 김용택님과 정호승님의 인터뷰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대안교육에 헌신적인 김용택 시인, 사람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보여주고 있는 정호승 시인. 시리고 시린 이 시대를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시인의 역할은 언제나 필요한 법..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제주도의 해녀 고미자님을 보여주면서 해군기지의 부당함과 환경의 소중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유명하지만 잘 모르는 엄친아 교수 정재승 교수나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의 인터뷰도 역시나 공동체와 사람 중심의 그들의 사상을 옅볼 수 있다.

홍명보님이나 양준혁님의 인터뷰를 통해서 스포츠맨십의 열정과 순수함을 볼 수도 있다.

또한 고현정님, 강우석님, 수영씨(소녀시대), 설경구님, 김C, 나영석PD의 인터뷰는 예능과 문화계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평소 맘에 들지 않는 인사들의 인터뷰도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나 유인촌 전 문광부 장관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자칫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희석시키는 인터뷰가 아닐까 했지만, 역시나 김제동의 인터뷰였다. 남경필 의원에게서 한줄기 희망을 발견할 순 있었지만, 유인촌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비단 책만이 아니라 어서 빨리 공중파에서 김제동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작금의 행보로 볼 때 그는 토크콘서트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더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지금 대중에게 다가가는 그만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어느새 우리 사이에 흠뻑 젖어있는 김제동의 유쾌한 말빨과 웃음이 가득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그가 빠른 시일에 연애, 내지는 결혼에 성공하여 수 많은 루저들의 한줄기 빛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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