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공각기동대]의 타자론(他者論)에 대하여(2017#14)

0. 공각기동대에서 타자론이라니?


회사에 입사할 때 필기시험, 구두면접, 산행면접의 3단계를 거쳤습니다.

그중 북한산 산행면접중 부서장님이 저에게 건낸 질문은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자(莊子)를 읽어봤는가?"

"네.. 네?"

"조삼모사는 알겠지? 장자의 타자론를 바탕으로 원숭이 입장에서 조삼모사를 설명해보게나."

"..."


장자의 타자론(他者論)이었습니다.

요즘 하는 말로,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구분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ㅜ.,ㅜ

(스브.. 저 바위산을 내가 올랐단 말인가.. ㅎㅎ)


아, 제가 한 답변은..

"음.. 저기.. 원숭이들에게는 당장의 도토리 4개가 절박한 거 아닐까요?" 라는 대답이었고,

입사 이후 술자리에서 부서장님은,

"왜 내가 너를 뽑았을까!!!!" 

라고 한탄을 수시로 하셨다는 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타자론


근대철학이 "신"이 아닌 "인간(나)"에 집중하면서 태동한 것이라면,

현대철학은 "나"가 아니라 "나"와 다른 "너", 즉 타자에 집중하면서 개인과 사회, 관계, 다양성,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찰이 주된 영역입니다. 

ㄴ 제가 써놓고도 뭔말인지 모르겠군요. ㅎㅎㅎㅎ


쉽게 말하자면, 철학의 화두가

- 중세 : 신이 우주의 중심!

- 근대 : 신은 구라! 내가 우주의 중심!

- 현대 : 너를 통해 보는 나의 모습!  

이라고 정의해두죠.

(혹시 철학과가 계시면 그냥 넘어가주세요... 논쟁은 개인적으로.. ㅎㅎ)


여기서 말하는 타자는 흔히들,

"나의 조각난 세계를 보완해주는 너"

"내가 절대 볼 수 없는 나의 얼굴을 보는 존재"

"타자의 출현 이전은 안정적이나 불안전한 세계"

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잊어버리~~~게~~ 하지 않도록~~~~ 나비잠 아닙니당 ㅎㅎ)




2. 영향을 받은 SF와 판타지문학


이러한 현대철학은 수많은 문학작품에도 질문과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많은 SF와 판타지문학에도 이러한 타자론, 실존주의 철학이 많이 가미되어 있죠.


대표작으로 영화 [블레이드러너] 또는 그의 원작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가 있죠.

그저 인간의 창조물로만 여겨지는 로봇(안드로이드)에게 인격과 영혼이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이죠.


(문자적인 의미의)인간만이 고유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의 창조물들은 영혼이 없다는 전제가 있죠.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들은 '인간성(Humanity)"를 상실한 존재로 그려지고,

로봇(안드로이드)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Humanly)"으로 그려집니다.


인간과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철학의 창(窓)으로 로봇과 SF적인 설정들이 만들어진 것이죠.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들은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여러가지 특성들을 보여주는 장치로 설정됩니다.

"호빗"족은 조화로움을,

"엘프"족은 오만함을,

"오크"족은 타락을,

"드워프"족은 욕망을 나타냅니다.



3. 공각기동대


블레이드러너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공각기동대(1993년 오시이마모루의 극장판기준)는

실존주의와 타자론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는 근미래에

인간과 기계,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상반되는 존재를 통해 완전(完全)에 대한 질문을 던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죠.


이후 공각기동대는 수많은 헐리웃 SF 영화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직계가 바로 매트릭스죠.

사람의 두뇌에 직접 사이버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치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묻는 설정 등이 매우 유사하죠.


(2014년판 연극 포스터랍니다... ㄷㄷㄷ)



4. 그렇다면 공각기동대의 뜻은 무엇인가?

: 흔히들 작품의 제목인 공각기동대와 부제인 Ghost in the shell을 같은 의미로 생각합니다만, 다른 뜻입니다.

(두둥!!)


1) 공각기동대

- 공각기동대(攻殻機動隊)에서 '공각'이란 즉, '공격형 장갑 외골(攻撃型装甲外骨殻)'을 일본식으로 줄인 한자어입니다. 

공안 9과가 사용하는 후치코마나 타치코마가 공각인거죠.


로봇들을 사용하는 경찰특공대 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작품에 나오는 공안 9과의 별칭인거죠.

(타치코마.

인공지능이 있어 독자활동도 가능하고, 대원들이 탑승하여 조종할 수 도 있는 무기입죠)



2) 공안 9과

- 이번 영화에서는 섹션 9이라고 소개되어서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은 경찰인지, 군대인지, 정보기관인지 헷갈리셨을 겁니다.

원작에서 4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수상 직할부대로 만들어진 공안부는 주로 대외용인 6과와 대내용인 9과로 나누어 설명됩니다.(국내 일반 범죄용인 1과도 등장했습니다)

주로 정보전과 전투에 능한 소수부대로 이루어진 공안 9과는 아라마키 부장과 쿠사나기 '소좌'의 지휘로 움직이며 사이버범죄와 경호임무, 대테러방지 등을 주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6과는 대외전문이라 CIA 같고, 9과는 대내 굵직한 사건 전문담당의 FBI같은 느낌이 있죠.

실제로 작품에서 6과와 9과는 앙숙관계처럼 그려집니다. 

(공안9과의 아라마키 부장)


(공안 6과의 나카무라 부장)



3) 고스트 인더 쉘(Ghost in the shell)

- 이 부제야말로 공각기동대의 주제를 나타내는 단어이죠.

'The ghost in the machine'이란 표현은 영국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 데카르트를 비판할 때 썼던 단어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서 말했지만, 길버트라일은 인간의 정신이란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일 뿐이라 반론했었다죠.


껍질 속에 든 영혼,

기계 속에 든 유령,


같은 단어인 것 같지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쿠사나기는 사이보그의 몸을 가졌지만, 인간의 두뇌(영혼) 때문에 인간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인형사(쿠제)는 사이버네트워크에서 탄생한 바이러스에 불과했지만, 망명을 요청할 만큼 인간성을 지녔기에

인간이 아니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있었죠.


즉, 

원작에 가미된 공각기동대의 철학을 표현하려면

'기계의 몸을 가졌지만 나는 인간인가?' 라는 반쪽 질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갔어야 한다는 거죠.




5. 번역 집단 - 치킨런


- 공안 9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타치안유지조직으로 경찰이나 군대와는 달리 총리(수상) 직속 부대로 현존 가장 유사한 부서인 FBI급 이상이라 하겠습니다. 

ㄴ섹션 나인으로 표현 될 어정쩡한 곳이 아니라고!


- 쿠사나기 소좌(혹은 소령)의 이름은 '메이저 미라 킬리언'이 아니다!

군대 또는 유사조직에서 관등성명을 말할 때는 직급과 이름을 같이 언급합니다.

최근작 엣지오브투모로우에서도 관등성명에 대한 대답으로 메이저(소령)와 캡틴(대위), 커널(대령) 등등을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영어 그대로 번역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ㅂ... 그만하죠..


- artificial body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가 아니라 인공육체(사이보그)란다.

원작의 표현대로라면 의체(義體)라고 했어야 하며, 그게 부담스럽다면 앞서 표현한 것처럼 인공육체, 또는 사이보그라고 번역했어야 한단다.

(이게 뭐냐고!!!!)




ep. 


"사실 내 진짜 몸은 옛날에 죽었고

지금의 나는

'나는 쿠사나기 모토코다'라고 생각하는 의체(사이보그 바디, 즉 껍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


이게 진짜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