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 _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철이 들고서 이 세상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내가 먹던 게 남으면 친구랑 나눠먹으면 되지라는 낭만적인 환상은 더 이상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젊은 피가 끓을 때는 혁명을 꿈꾸기도 했었다. 내 삶을 옥죄고, 내 이웃들을 억누르고, 이 땅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순과 억압에 저항하고자, 내 팔을 흔들었고, 도로로 달려나갔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혁명을 꿈꾼다. 하지만 무턱대고 달려들기엔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요한 건 학습이고, 공부이며, 체험이고, 독서인 것 같다. 내가 알아야 실천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더욱이 친환경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과 대기업의 횡포, 첨가물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지금, 내게 ‘식’생활에 대한 공부는 어느 때보다도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서문과 책 중간중간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 잘못된 신화와 상식으로 우리의 눈과 귀, 입을 닫아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구나라는 탄식을 하게 되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못한다는 말..

세상은 약육강식! 경쟁에 뒤쳐지면 도태되기 마련이다라는 말..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경계하고 욕하면서도 정작 이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소위 ‘굶주리는 자’들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왔던가? 아프리카와 동남아, 라틴아메리카의 굶주리는 그들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왔던가?

그나라의 기후 때문에, 농업생산량이 모자라서, 더운지방이라 사람들이 게을러서..

 

정말 무서운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우리 주변의 부모님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 전에 본 장하준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야기_더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에서 보여진 것처럼, 우리들은 가진 자들의 입과 권력층의 프로파간다에 나도 모르게 적응되어 눈과 귀, 입을 막아버린 원숭이가 되어버렸던 것이라 하겠다.

 

이미 옛날과는 달리 전세계적인 농업 생산량은 세계 인구의 2배인 120억을 충분히 먹여살리고도 남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곡식이 남아돌아 버리는 실정이고, 북미의 대농장에서는 아프리카의 기아민들은 구경도 못해본 곡물로 가축들이 살이 찌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가..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 두가지 문제를 말하고 있다.

‘경제적 기아’는 피치못할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굶주리게 된 상황의 사람들이다. 이는 지속적인 구호와 지원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조적 기아’, 즉 소말리아처럼 각 지방의 군벌들의 이익 다툼으로 나라가 황폐화되고 백성들은 굶주리는데 반면, 국제단체의 지원 또한 그들의 이권다툼으로 원활하게 되지 못하는 경우는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렇게 울분을 토하고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책인가? 그는 아니다. 지은이 장 지글러는 유엔에서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한 사람으로 자기 아들과의 대화형식으로 책을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 봐도 쉽게 이해가 될 정도로, 하지만 치밀하고 정확하게 문제점을 짚어주고 있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또 구호조직의 활동과 현실적인 기아구호의 조심스러운 접근방식, 사막화와 삼림 파괴의 영향,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금융과두지배로 인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인간의 가장 멍청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원인이라 말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의 이해관계로 하루에 10만명이, 5초에 한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고, 비타민 A 의 부족으로 한해 700만명이 실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북한의 굶주림사태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과두지배로 인한 원인이 가장 핵심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북이나 몇몇 나라에 대해서 그저 지도층의 잘못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보였다.

 

하지만 그저 월드비전에 굶주리는 제3세계 어린이에게 몇 천원 보내는 낭만적인 구호방식이 아니라 이 모순과 불합리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질서라니! 어불성설이지 않는가!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의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거기서 해답을 찾고 싶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투쟁하는 유일한 지적생명체.. 인간의 본성에 기대어 기아에 대한 의식과 공동의 관심을 모아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아.. 현빈 짜응 때문에라도 이 책을 더 많이 봤으면 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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