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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에일리언:커버넌트] 동종혐오와 부친살해,존재의 정체성찾기의 심리적 기제에 관한 단상(2017#18)

0.

어릴 때부터 신화와 전설, 판타지 등을 좋아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동경하면서

현실을 반추해보는 묘한 취미가 그때부터 생겼던 거죠.

 

 

 

1.

우라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1세대 신이자, 하늘의 신입니다.

땅의 신이자 어머니인 가이아를 사랑하여 그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범하죠.

그래서 가이아는 12 타이탄 신들과 사이클롭스(외눈거인)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백개의 손 거인) 삼형제를 낳고

세상 만물을 태어나게 합니다.

 

우라노스가 싫었던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인 크로노스에게 하르페(낫)을 주어

그의 양물을 자르게 합니다.

복수인 거죠... ㄷㄷㄷ

(그의 양물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했죠)

 

양물을 잃은 우라노스는 하늘로 솟아올랐고,

자신의 자식들을 타이탄(잡아당기는 자)라고 비난하고

크로노스에게 저주를 퍼붓죠.

 

"너도 언젠가 너의 자식에게 똑같이 죽임을 당하고 왕좌를 내줄것이다."

 

이에 크로노스는 자식들을 낳을 때마다 삼킵니다. 

막내인 제우스는 어머니인 레아에 의해 다른 곳으로 피신해서

성인이 된 후 어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도움에 의해

형제들을 아버지에게서 구해내고 그를 폐위시키고 타르타로스에 감금합니다. 






 

 

2. 

이렇듯 아버지 살해는 그리스신화와 수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서사구조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를 어린 남자아이의 유아적 환상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남자아이가 처음으로 자각하는 이성이 어머니이며, 아버지는 그 첫번째 경쟁자인 셈이죠.

아이의 환상 속에서, 아이는 결국 경쟁자를 물리지고 이성을 획득하죠.

부모의 보호 하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쟁취하고 싶어하죠.

 

3. 

동종혐오는 인간이나 영장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으로

자신과 유사한 개체를 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역으로 확립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방어기제라 하겠습니다.

이는 개채별, 집단별 자존감이 높은 존재에게 나타날 수 있으며

경쟁자를 없애므로써 자신의 영역과 존재의 위상을 높이려는 무의식의 발로입니다.

 

이는 도플갱어라는 유명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은 존재를 만나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독일의 전설 중에 하나이죠.

유명한 판타지 소설인 드래곤 라자에서도 도플갱어는 효과적으로 쓰였습니다. 

영원의 숲에 들어간 주인공 일행들은 자신과 닮은 존재를 만나게 되고

두려움에 그들을 죽입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일부임을 알게되어 살해를 중단하죠.

그 숲에서 자신을 많이 죽인 이들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어 영영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죠.

 


 

 

4.

엔지니어들은 검은 액체를 마시고 지구에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인간들은 안드로이드와 AI를 탄생시킵니다. 

그리고 데이빗은 제모노프를 탄생시킵니다. 

 

우주를 지배했던, (혹은 지배했었다고 가정) 엔지니어는 자신들의 무기로 죽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은 자신들의 몸에서 태어난 제모노프에 의해 살해위협을 받고

타르타로스 지옥을 경험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인간들을 왜 죽이려 했을까요?

인간은 왜 데이빗에게 공포를 느꼈을까요?

데이빗은 왜 인간을 업신여길까요?

 

 

5.

엔지니어들이 검은 액체를 지구에 살포하려 한 것은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에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충분히 반추해볼 수 있는 정황입니다. 

 

검은 액체의 살포이유는 데이빗이 커버넌트에서 보여준 행위에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인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고,

보다 나은 유기체, 보다 완벽에 가까운 유기체를 만들고 싶어하는 창조의 욕구였겠죠.

 

데이빗 또한 자신이 인간들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그들보다 뛰어난 자신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을 멸시합니다. 

 

자신의 탄생 이후부터 갖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엔지니어들을 만나면서 찾아낸 것이겠죠.

그래서 제모노프를 만들었던 거겠죠.

 


 

 

6. 

어머니 가이아를 범한 우라노스는 크로노스를 비롯한 타이탄들과 다른 피조물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데이빗은 엔지니어들을 몰살시키고 엘리자베스마저 죽이고 제모토프를 탄생시키는데 주력합니다.

그리고

엔딩장면에서 배아를 토해내는 장면을 보고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아버지살해와 동족살해라는 심리적기제를 기반으로 한 

그리스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존재의 정체성찾기 혹은 확립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요.

 

데이빗과 인간들, 제모노프

다음편에서 어떻게 이들의 관계가 바뀌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