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리뷰/책도 좀 본다요~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_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를 읽고..


이 책! 무서운 책이다.

시장자유주의를 외치는 정치가들이 보면 놀랍도록 섬뜩함을 느낄 것이고, 기업가들이 보면 자신들의 치부를 들추는 것 같아 뒷골이 찌릿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의 삶과 경제, 사회, 나아가 정치, 국제정세까지도 밀접하게 관여되어 있는 자본주의에 대해 놀랍도록 해박한 지식과 그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관점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이런 책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분명 시장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쓸 수 없다.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는 이유처럼 소위 말하는 자신의 진영, 편에 대해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비슷한 예로 한국사회의 치부나 문제점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나 책들은 많았지만, 그 어떤 책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장점, 단점, 강점, 약점을 분석한 글들은 보기 힘들다. 굳이 꼽으라면 박노자씨의 책들이랄까? 박교수는 한국이 너무 좋아 귀화한 노르웨이의 한국학 교수로서, 한국민들이 타성에 젖어 알아채기 힘들었던 한국사회의 문제점, 단점들을 그 본질까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동시에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장하준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면서 여러 가지 경제 관련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유명한 분이다. 좌파적인 성향의 석학인 노엄 촘스키와 밥 겔도프도 그의 팬을 자처할 만큼 명성이 자자한 분이다.

이 책은 우선 시장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본주의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반면, 그들이 말하지 않는 시장경제의 허구개념들에 대해서 깨주고 있다.

맨 처음,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자유시장의 개념을 설명하고, 완전한 자유시장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그들의 모순된 행동들을 통해 역설하고 그 허구성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23가지 명제들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히 학교나 주변에서 들어오던 경제개념들이고 경제용어들이다.

자유시장, 주주의 이익을 위하는 기업, 잘사는 나라가 더 임금을 많이 받아야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자유시장정책이 부의 지름길이다, 국적없는 자본, 탈산업화시대, 아프리카는 저개발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최강의 부국이다, 부자가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 기회의 균등은 공평하다, 교육을 더 시켜야 나라가 잘 산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나라 사람들보다 게으르다...

이 모든 명제들이 다 허구이고, 그들(시장경제자유주의자)은 이러한 허구명제를 교육과 언론을 통해 프로파간다하면서, 오직 그들 1%만이 더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하고, 부를 세습할 수 있게 하고, 부를 지키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세계의 99%인 노동자들은 그들의 말 속의 허구들을 꿰뚫고 자신들이 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 체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경제가 완전히 재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하준의 말을 빌어, ‘자본주의를 하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자유 시장주이라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서 눈을 떠,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는 게 재건의 첫 번째 원칙이다.

또한 인간의 합리성의 한계를 인지해야 하나, 이기심 밖에 없는 악마가 아니라는 것도 짚고 가야한다. 인간의 선악 양면성을 인정하고 보다 ‘좋은’ 면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주로 노동자)은 소수의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회의 균등을 통해 인간이 평등하다고 교육받고 세뇌받지만,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하여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던 ‘탈산업사회’의 드림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에 아직도 필수불가결한 ‘제조업’에 중점을 더 두어야 하는 게 그 다섯 번째 원칙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더 크고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며 금융부문과 실물부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게 보다 ‘불공평’하게 우대하여 국제적인 부의 불균형도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점의 제시와 그 해결원칙은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경제적 통념들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세계를 퇴보시키고 경제공황이라는 재앙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대참사들이 반복된다.

이 무섭고도 불편한 진실은 한국에서 세계화를 외치고, 자유무역을 외치는 자들에게 속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해내야 할 몫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