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3
에필로그와 #1, #2까지 써버렸더군.. 훗..
#3 일쎄..
글쎄다오..
세번째 여인네라고 하기에도 아직은 낯부끄러운 유년기시절의 기억들을 꺼내고 있자니 오글거리는군.
근데 이 여인은 꼭 짚고 넘어가야되거든.
쌤이야.. 것두 6학년 때 쌤..
5학년담임이랑 같이 부임해온 2년차 쌤이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당시 스물 여섯이셨지..
아... 꽃다운 나이..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하셨지만,
단발에 고양이상 얼굴을 하셨더랬지.
음... 냉정과 열정사이, 연의 왕후의 진혜림을 좀 닮으셨다면 이해가 빠르겠구먼.
(추억속의 쌤을 이런 야사시한 사진으로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못난 제자를 용서하시라.. 쿨럭)
여튼 당시 우리반애들중에 쌤을 좋아하지 않았던 녀석들이 없었을 정도니까.
2년차 쌤이 우리들에게 줬던 추억들은..
정말 많았다우.
그 전의 고리타분했던 아줌씨, 할부지 쌤들이랑은 다르게
여러가지 특별활동이나 재미난 에피들이 많았지.
정해진 소풍 이외에도 아이들이랑 롤러장도 가고, 극장도 갔었지.
중간 중간 애들이 지루해할 때 친구들이랑 보셨던 19금 영화 이야기도 해주고.. ㅋㅋ
(이.. 이런 거 말구.. 쿨럭.. )
ㅋㅋ 아 그래.
[사랑과 영혼] 스토리를 첨으로 해주셨지.
도자기 굽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언체인드 멜로디를 흥얼거리셨고,
우리반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숨죽여 이야기에 집중했었고 말야.
[양들의 침묵] 이야기를 할 땐, 손에 땀을 쥐며 꼭 책으로라도 봐야지 했었다우.
또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우리들에게
아기염소, 호박꽃, 코끼리아저씨, 하늘나라 천사, 터, 개똥벌레 같은 아름다운 노래들도 많이 가르쳐주셨지.
아 역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아련아련 열매가 돋는구만.. ㅋㅋ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선생님과 함께 한 연극 연습이었어.
선생님이 연극반 동아리였을 것 같아.
우리랑 두어번 연극연습을 하고 실제로 반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우.
난 쌤의 귀염을 좀 받는 모범생 칭구(?)여서
쌤의 공연에 주연급 학생으로 출연하기도 했었지.
그리고 국어실기시험으로 치뤄진 '크리스마스 캐럴'에선
스쿠루지의 옛친구 '말리'역을 하며 유령 분장과 쇠사슬을 끌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뽐냈던 기억도 있어.. ㅎㅎㅎ
그 영향 덕인지 대학교땐 연극 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서 동아리 활동도 했다우.
그리고... 졸업식날..
우리들은 서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약했어.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말씀하셨어.
약간 울먹이면서..
[너희들을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너희들은 기억나지 않지?
선생님을 봐.
나 머리 단발로 다시 잘랐잖아.
너희들을 처음 봤을 때 했던 머리모양이지.
이 옷도 말야.
응.. 그래..
선생님은 너희를 첨 만났을 때처럼 오늘도 잊지 않을거야..
너희들도 그럴거지?]
이봐 도라지들아...
울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을 것 같은가..
눈물의 도가니탕이었지....
아 그렇게 아련아련한 기억들을 남겨주신 선생님이셨어..
비록 중2겨울방학때 선생님의 결혼식때 마음을 접어버렸지만..
ㅋㅋ
결혼식 때도 울었던것 같다..
부질없는 나가라쟈 녀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보고싶네 선생님.............
ps.
아 물론 우리들에게 내리셨던 모눈종이에 점찍기 벌칙은 아직도 우리들 사이에 회자되는
악마의 벌칙이었지만 말야..
조.. 좋은 것만 기억하자구.. ㅋㅋ
이게 그나마 이쁘게 나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