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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정원 일상사..

순정#4

#4 쓰는 걸 흥미 잃었다가 다시 쓰는 추억 이야기.. #4



 1. 고자였던 시절..


중, 고딩을 남자들 득시글거리는 곳을 다녀와서인지,

여자랑은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했네 그려.


뭐 학원 다니면서 여학생들을 보긴 했지만,

가끔 수학문제 물어오면 풀어주는 수준에서 그치곤 했지.

그땐 참.. 숫기가 없었던 거 같아.


 e0065909_47328e81d787c.png

(.. 지송.. 이런 느낌의 고딩은 아니었음.. ㅋㅋ)




 2. 첫 만남..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

요즘은 지국대니, 지잡대니 같이 취급받는게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뭐 그럭 저럭 부모님 걱정 부담 적게 들어가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땐 특차.. 라는게 있었더랬지.

수능 성적과 면접만으로 합격여부를 정하는 거였지.


여튼 특차로 합격하고 오티랑 새내기새로배움터를 다녀왔는데,

그때 같은 조에 속했던 여자애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우.


왜 눈에 확 꽂혔냐면, 그 즈음에 김희선이 했던 나이아가라 파마 인가.. 뭐시기인가 파마를 하고 있더라구.

왜 뽀글뽀글인데 양옆으로 발처럼 내려온 파마..

 (짤 찾다가 포기.. 하앜.. )

나이아가라펌.jpg

(비슷한 느낌의 장신영님.. 심지어 외모도 비슷하다..)



여튼.. 지금도 그 때 찍었던 스냅 사진 하나가 내 앨범 어딘가에 맴도는데..

ㅎㅎㅎ


같은 조 활동을 하면서 우린 친해졌고,

오티와 새터는 끝났지만 입학을 앞두고 조별로 각개전투들은 벌어지고 있었지.


당시 삐삐(아 추억이.. 아련아련)를 쓰던 우린, 조아이들끼리 번호를 교환했지.

삐삐01.jpg 삐삐02.jpg



그날 저녁

그애에게서 '02486' 이라는 번호로 음성메시지가 와있던걸 보고

두근반 세근반 가슴이 쿵쾅거렸었다우.


나도 모르게 그아이게만 눈길이 가고,

그애가 말하는 걸 듣고 싶고,

손도 잡고 같이 걷고 싶고,

그애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고,

얼굴이 안좋으면 어디 안좋은가 괜시리 걱정도 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이랄까.. ㅎㅎ


답음성도 매번 해줘서 난 나에게만 해주는 줄 알았지.

(나중에 알고 보니 조 애들에게 다해줬던걸 나만 착각했던.. 쿨럭.. 어렸던 게지..)




3. 노래로 지랄을 떨다가..


그러다가 그 애가..


[나가라쟈야, 너 노래방에서 노래 잘하더라. 언제 기회되면 또 듣고 싶어.]

라는 음성을 남겼고,


그날저녁 난..

이승환님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을 삐삐에 담아 띄웠지..


(앜 오글거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꼬박 두달을 그렇게 노래를 매일 저녁 불렀던 거 같아.

그때 마다 그애는


[매일 니 노래 듣는게 참 좋아. 넌 착하고, 내 말도 잘 들어주고, 좋은 친구인거 같아.]


라는 식의 답음성을 남기곤 했었지.


아..............


참 철모르게 순수했던 시절인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


[..... 친구인거 같아.]

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 이애도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라고 착각을 했었으니..... 'ㅠ'


그리고 그애가 가입한 단대동아리에 나도 들게 되었고,

원래 하던 노래동아리랑 병행하게 되었어.



그렇게 내 맘을 키워가던 중..




4. 고백.. 그리고..


이미 과 동기중 커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의 친한 친구들은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었지.


그리고 5월에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었지.

축제 첫날..

우리 동아리는 공연을 했고,

난 노래를 성공적으로 끝냈던 거 같아.


사실 그애가 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애가 날 위해 박수를 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쳤었거든.


90223e1.jpg

(뭐.. 이런 축제는 아니다만.. ㅎㅎㅎㅎㅎ)



그리고 밤 늦은 시각..

난 며칠을 밤새 만든 학 천마리와 장미꽃다발을 듥

그녀를 벤치로 불렀어.


우리 단대 건물 앞쪽엔 소나무 비탈길이 있는데, 우린 거길 [솔밭]이라고 불렀지.


그 솔밭 벤치에 앉아 난 준비해온 선물과 장미꽃다발을 선물했어.

그날이 내가 그녀를 처음 보고 난 후 100일이 되는 날이었고,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준 지 60일이 되는 날이었어.


그리고 ..

버벅거리며 나의 수줍던 고백이 시작되었지..


[OO야, 오늘이 널 알게된지 백일이 되는 날이더라.

이제 이 말을 하게 된 때가 온 것 같아.

사실.. 난.. ]

 

(아.. 참.. 낯부끄럽지만.. 이따위 비슷한 느낌으로 고백했던 거 같아..)


[나가라쟈, 니가 무슨 말하려는지 알것 같아.

니가 참 착하고 좋은 아이인 건 알아.

못된 나에게 잘해주고 내 부탁도 잘 들어주고.. 그래서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근데 난 네가 친구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미안해..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이런 븅딱.....

병신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멍게.......... 'ㅠ'


그리고 그 좋아하는 사람이란 바로..

우리 동아리 1년 선배였던 거지.

그애는 그 선배를 보고 동아리에 가입했던거고,

난 멋도 모르고 그애를 따라 가입했고..




그날 저녁 난 폐인이 되어버렸고,

축제 3일 내내 술에 쩔어 잔디밭에 뒹구는 병신중에 상병신이 되었었지...




그렇게 내 인생의 첫 고백과 첫사랑은 저물어갔었지......


거절의미학.jpg



5. epilogue


같은 과였던 우린.. 서먹하고 어색해졌지.

그 애와 난 예전 같이 지내지 못하게 되었구 말야.


가끔 이상한 눈빛의 그애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난.. 더이상 다가가지도 못했었지.


그러다가 그 애도 선배에게 고백을 했었고,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이후.. 그애는 동아리를 그만두고 교회에 전념하게 되었지.


다들 내가 동아리를 나갈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난 동아리가 너무 좋아져서 제대하고도 동아리활동을 왕성하게 할 정도였지.


가끔..

동기들끼리 모임을 할 때면 마주치곤 해.

그때면 동기들은 우릴 놀리곤 하지.


그 애보곤

왜 내맘을 받아주지 못했냐고 웃으며 구박을 하고,

내겐..

이런 녀석 뭐 볼 게 있어 좋아했냐고 구박을 하지..


그렇게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


가끔..


가끔..



내 앨범에 있는 그 애의 사진을 보면..

그 때 내가 이녀석을 좋아했던게 뭐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봐..


그러다가... 그시절의 그 애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아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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