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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책도 좀 본다요~ ^^

[종의 기원] 비둘기 세상에 태어난 매를 위한 변명_#201702 책

0. 나의 다짐

1년에 50권을 읽겠다는 저의 다짐은 

한해가 절반이나 지났는데, 겨우 2권에 그치고 말았네요.


원주매장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채찍질했다는 변명이 있지만,

올해 이틀 연속 휴무를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럭저럭 자위가 됩니다.




1. 히가시노게이고 vs 정유정

일본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유정 작가님이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추리소설, 스릴러소설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에 자리잡은 욕망이 무엇인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두 작가는 닮은 듯 다릅니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트릭과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국내에도 꽤 많은 팬이 있으며

그의 작품은 영화화 된 것만 따져도 수십편이죠.

한국에도 그의 원작이 영화화 되어 소개된 것도 많죠.


대표적인 영화가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변신], [비밀]

최근에는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도 있었죠.


정유정 작가님은 마치 박훈정 감독님이 소설을 쓰셨다면 이렇게 썼으리라.. 할 정도로

성악설을 기반으로한 악인의 연대기를 지면위에 펼쳐내는 무시무시한 필력의 작가님이죠.

번역체라서 다소 건조한 느낌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과는 달리,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과 눈 앞에서 장면이 보일 것 같은 시나리오처럼 쓰여진 묘사들,

반전이 드러나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스릴 만점의 작품들로 많은 팬들을 양산하고 있으시죠.


저 역시 처음 접한 [7년의 밤]에서 적잖이 놀란 바,

이번 작품 역시 숨가쁘게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3시간 정도.

오랜만이었습니다.


35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그의 필력..

10년전 [얼음과 불의 노래]를 3일 밤낮으로 매달렸던 기억이 나게 하더라구요.

집중도 면에서 말입니다. 

(작.. 작가님...)



2. 포식자

프레데터(Predetor) - 포식자, 먹이사슬의 최상위 단계에 있는 존재를 뜻하는 단어이죠.

우리 익무 팬들에게는 에일리언을 사냥할 수 있는 전투외계종족으로 익숙하기도 하죠.


전 세계 인구 중 약 2~3%는 사이코패스랍니다.

그중 1%도 되지 않는 존재가 세상의 도덕과 정의, 선의 기준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는 [프레데터] 포식자 레벨의 사이코패스라고 하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포식자]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생존이 우선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느냐 그렇지 않냐이죠.


자신에게 생명을 준 부모도,

10년간 이어왔던 우정도,

아무런 상관없는 길가의 소녀도,

그저.... 한낱 먹이감에 불과합니다. 


그들에게 타인이란

[치워야 하는가, 두어도 되는가..]

가 기준이죠.


3. 진화란..

발톱도 약하고 근력도 미미한 초기 인류가 어떻게 다른 맹수들과 동물들을 누르고 지구의 지배자(포식자)가 되었는지 명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종과 다르게 손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두뇌를 사용하여 전략을 구사했고, 

서로 연합하여 이종의 위협을 이겨냈다고 배워왔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역설을 통해서죠.


하지만 인류의 모습을 보죠.

아니 정확하게 인간중심주의(humanism)에 대해 말해보죠.

인문주의 또는 인본주의로 번역되는 철학적 사조로써 휴머니즘은,

(흔히들 알고 있는 타인애 대한 동정과 배려의 휴머니즘이 아니라)

존재론적 존재로서, 철학 사유 체계의 근원으로서 인간의 존재를 중요시하고

인간의 능력과 성품 그리고 인간의 현재적 소망과 행복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을 말하죠.

인간 중심적 사고에 따른 인류 사회의 존엄, 가치를 중시합니다.


고로 인류에게 지구와 다른 동물, 식물들은 그저 생존을 위한 자원이고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종(種)에게 (인간이 아닌 신의 입장, 또는 타자의 입장에서) [포식자-프레데터]의 지위를 내리는 것은(?)

일견 타당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유정 작가님이 그려내는 악인의 탄생기를

불편해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4. to 박훈정 감독님께

감독님에게 추천드립니다.

[신세계]와 [VIP], 그리고 최근의 [마녀]까지,

변함없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추구하고 탐하는 감독님의 차기작은

바로 이작품입니다. 


무.. 물론, 마녀 2편과 신세계 2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이라면 지난 [7년의 밤]이 실패한 모습이 아니라,

당신의 스타일대로 악인의 탄생과 그의 변명을 보여주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을 주인공 편에 서게 하여 공감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서.. 

어서 감독을 하여 주시길..



5. 사족..

아, 이미 웹툰으로 외전이 나왔다군요.

아.. 쉽다...

영화로 어서 되길..


개인적으로는 박해진 배우님이 그냥 딱입니다.




20대 초반, 수영선수 출신의 내성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의 건장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율배반적인 매력의 남자

..


감독과 주연배우 캐스팅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