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무명전사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 않은 역사의 뒤켠에서 이름없는 민중들이 벌이는 영웅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제일 짜릿하고 맘에 들었던 영화는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녀석들]이죠.

초중반 몰입감 쩌는 스릴러와 배우들의 연기로 긴장감을 주더니,

후반에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 해주셨죠.

게다가 무명소졸들이 적에게 무자비하게 복수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벌어질수 없지만 영화만이 할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죠.



1. 로그원

작년 이맘때 개봉했던 스타워즈 스핀오프 [로그원]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 오리지날의 4편, 5편이 최고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로그원을 본 후 단연코 이작품을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고봉이라 평합니다.


4편의 오프닝에 나왔던 롤링페이.. .(아니 ㅋㅋ)자막타이틀에서 언급되었던

'반란군이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훔쳤다'라는 한줄에서 기인한 스토리지만,

참 잘 풀어냈다고 생각했어요.


로그원이란, 설계도 절도(?) 작전에 투입된 특공대(?)의 작전명이죠.

부랑자 1...

지나가는 사람 1.. 

갑남을녀

장삼이사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다..

뭐 이런 뜻이죠.


제목에서 이미 영화상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어떠한 스토리인지,

중요한 소재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 연극 같은 문학작품에서

주제, 소재, 주인공, 중요한 사건들을 관통하는 단어나 문장이 있습니다.

이를 문학적으로는 '종자(see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바로

이 [로그원]이라는 종자에서 소재라는 싹을 틔우고 줄기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주인공 꽃을 피우고 주제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죠.



2. 장점

제국에 의해 억압받던 로그원 특전대 개개인들은

실패율 97.8%라는 절망적인 작전에도 자원합니다.

영화상으로 드러나기는 주인공인 진 어소에게서만 그 전사(前史_beyond history)가 공감대를 형성할수 밖에 없지 않았냐라고 하겠지만,

스타워즈의 오랜 설정인 제국의 폭압을 알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특전대원들이 자신들이 죽을 것을 알고도 자원함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멤버들의 면면을 볼때, 

여러 외계인과 유색인종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제국의 폭정이 모두에게 미쳤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이들 모두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하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결말이죠.


로그원을 보고 새로운 희망 4편을 다시 보았습니다.

4편에 나왔던 X-윙 편대의 리더들을 비롯해서 연계되어 등장했던 출연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단순한 액션활극으로 치부될 수 있는 스타워즈의 시작이

무명전사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죠. 



3. 대립군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점 

반면 올해 나와서 기대를 했던 국내영화 대립군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초반 대립군들이 왜 남을 대신해서 군역을 지고 전쟁을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결말에서는 무너졌죠.

광해군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예비군주를 영웅으로 등극하게 위하여

희생하는 대립군들의 모습을 보면서 명백한 한계점을 보여줬습니다.


두 작품 모두 무명전사들의 희생이 큰 소재이자 발판이었지만,

로그원의 희생이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졌던 반면,

대립군의 희생은 광해군이 참된 군주로 각성한다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결말이라 

작위적이면서 영웅신화에 억지로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차라리 타란티노식으로 대립군들을 살리면서 광해군이 본인이 희생했다면 어땠을까 해요.

광해군이 일본군에게 잡히면서 대립군들을 살려주고 장렬히 전사했다면.. 



4. 정리하면서

예전에 대학에 다닐 때 좋아했던 민중가요가 있습니다.

조국과 청춘이라는 서울지역 대학노래패가 발표했던 [전사]라는 곡이었습니다.


"그 누가 말하는가

녹슨 철망 앞에서

그리움에 이는 파도는 아무 말도 없는데

하얗게 젖어드는 가슴에

부서지는 고향 언덕이여
...

깨어나라 전사여

어둠을 사르는 횃불로 타올라라

깨어나라 전사여

들불처럼 온땅에 몰아쳐라


이 산천에 우리가 죽어서

단 한줌의 재가 되더라도

투쟁의 한생을 기쁘게 맞으리 전사여..  전사여.. "


나의 희생이 흔한 한줌의 재가 될지라도

나를 이어

네가

우리가

그들이 들불처럼 온땅에 몰아치게 된다면

죽음이 기쁘진 않아도,

진과 카시안처럼 화염폭풍 앞에서도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 펠리시티 존스 넘모 이뽀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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