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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넷플릭스:인간수업] 새는 껍질을 깨고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그는..

0.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위대한 점은,

누구나 겪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질문을 실제 수기처럼 잘 표현해내었고,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문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실제로도 잘 말해주었다는 것이죠.

바로 [데미안]이라는 걸작을 통해서입니다.

 

1.

오지는 껍질 속에 갇혀 있습니다.

자신의 껍질을 함께 깨어줄 어미새가 없는 가여운 아기새..

아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가 아닌, 그저 알속의 존재입니다.

고치 속의 그것을 우리가 나비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자신의 껍질을 깨고 다른 새들처럼 신에게로 날아가기 위해

그는 매춘을 알선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 중요하지 않았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2. 

배귤도 껍질을 깨기 위해 부던히도 자신의 손목을 그었지만,

그저 당신들의 형상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쪼아대는 어미새의 부리가 너무나 싫었을 뿐입니다.

 

그저 기특하게 자신의 껍질을 깨는 오지를 동경하며 신기해했을 뿐인거죠.

 

3.

이실장은 끝나지 않는 자신만의 전쟁에서

어른들의 폭력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에게도 선(善)과 악(惡)의 구분은 없습니다.

자신은 힘없는 존재들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하더라도 강자는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자신만의 정의(正義)를 구현하는 게 삶의 목표인 셈이죠.

 

그래서 일진들이 괴롭히는 오지를 도와주었고,

민희를 말렸던 것이고,

그랬던.... 거죠.

 

4.

여기 인간수업의 알들은

진흙탕을 구르고

가시덤불을 지나

무심한 어른새들의 부리질을 견디며

이제 막 깨어졌습니다.

상처입은 채로 태어난 이 아기새들은 누구에게로 날아갈까요?

꼰대짓하지만 이해심 많은 선생님?

아이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감과 촉이 우선인 경찰?

돈이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아빠?

자식을 조각처럼 생각하는 부모?

생명을 우습게 여기며 세상이 심드렁한 조폭 양아치들?

 

아이들이 날아가서 만나게 될 아브락사스는

선(善)한 존재일 수도, 악(惡)한 존재일 수도,

혹은 둘다 아닐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인과의 법칙에 따라 정해지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그 댓가는 언젠가는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 지독한 우주의 법칙을 온 몸 바스러지듯 체험하며

알에서 나온 오지와 배귤, 그리고 우리 아픈 청춘들.

 

그들의 두번째 삶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