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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상실의 시대.. 사랑을 잃고.. 20110421


모임이 있다.
한달에 한번 영화를 보기로 했다.

첫모임이었다.

이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은 오지 않고
6명이서 조조로 관람했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읽고 따라가고 공감하려고
133분 동안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사실..

책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68혁명 때의 에피소드 등의 다른 이야기들은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오꼬와
현실세계, 매혹적인 유혹인 생명의 공간에 살고 있는 미도리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19살, 20살, 21살의 와타나베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어떻게 다른가 비교해볼 만했다.

 

 

 

 




1.
기즈키는 단 5분 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영화 속 내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유령이었다.
영화 속 스토리속을 끊임없이 배회하는..



2.
나오꼬는 기즈키의 죽음 이후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나와 모든 것을 공유했던 존재의 상실..
그것은 바로 나의 존재 자체의 위협이었던 것이다.


3.
미도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구했다.
그 또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잃었지만,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와타나베를 갈구했다.


4.
나가사와도 무언갈 찾고 있었다.
자신을 동정하는 자가 가장 저열한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그 또한 자신을 가장 동정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 부재를 여자헌팅으로 충족시키려 했던 것이다.


5.
나가사와의 애인, 하스미 또한 그를 잃어버리고 자결을 한다.

6.
음악선생 레이코도 자신을 치유해가는 와중에
나오코와 와타나베를 만나고
새롭게 생을 향해 나아간다.


7.
와타나베는
기즈키를 잃고 나오코를 지키려 했다.
그녀의 상실감을 자신이 완벽하게 채울 순 없지만,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의 처연함을.. 상실의 뼈아픈 교훈을 다시금 배우고 만다.
그리고 그 상실감은 어떠한 것으로도 메꾸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마츠야마 겐이치의 눈빛이 사진처럼 내게 박혔다.
그는 매 영화에서마다 놀라움을 선사한다.
얼마나 더 성장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

이 영화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치유기를 담고 있다.

누구는 그 부분을 메우지 못하여 생을 끝내버리고,
누구는 그 상실에서 새로운 생을 배우고,
누구는 다른 누군가에게 상실감을 채워주는 존재가 된다.




이 영화에서 섹스는
상실과 충족의 가교역할로써 매우 중요한 메타포라 생각한다.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 이후에
와타나베와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첫날밤 이후 나오코는 다시는 와타나베와 하지 못한다.
자신을 다시 잃어버린 것이다.

미도리는 끊임없이 와타나베에게 유혹을 던진다.

나가사와는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통해
자신을 동정하고 있었다.

레이코 선생도 와타나베와의 섹스를 통해
다시금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트란 안 훙 감독의 미장센은
가히 아름다웠다.

특히나 새벽에 나오코가 산책을 하면서 자신의 격한 감정을
와타나베에게 토로하는 롱테이크 장면이나
나오코의 요양원 산구릉 롱샷은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선에 나를 맡기기에 충분했다.



노르웨이의 숲..
또는 노르웨이산 가구..

허무와 가치의 상실을 대표하는 비틀즈의 명곡이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들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나오코가 흘린 눈물은 이 노래가 자기 마음을 대변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무쟈게 벅차다.

이 감정선을 따라가기에 133분은 나에게 너무 많은 호흡을 요구했다.
숨가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나의 사랑..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부채의식과 책임감으로
마음속 깊이 그 마음을 간직한 채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사귄 적이 있다.

물론 둘 다 동시에 내 마음에 담았다.

어느 한쪽 진실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둘에게 향하는 나의 사랑은 다른 것이었다.

전자가 연민에서 비롯한 나의 책임감이었다면,
후자는 나를 눈물나게 하는, 감동의 순간을 가져다주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두사람 모두 없다.



나의 상실은 어디에서 채워질 수 있을까..

네메시스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