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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감성무비스토리

퍼펙트 게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못해도 본전은 뽑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감동을 뽑아내기 좋은 소재라는 말이다.

더우기 그 스토리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왜?

사람들은 현실감 짙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에 더 환호한다.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대한민국에서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이다.

1987년 5월 16일

많은 야구팬들은 이날 한국 야구사의 전설이 쓰여졌다고 말한다.

당대 최고라 일컫는 두 괴물투수들의 대결이 있었다.

선동열, 최동원!

최동원, 선동열!

두사람은 5시간에 가까운 사투 끝에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경기였다.

아니,

분명 승자만 존재했던 경기라 하겠다.

영화는 이 말도 안되는 승부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결말을 알고 있고, 어떻게 흘러갈지도 대충 짐작이 가는 스토리이지만,

손에 땀을 쥘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에서,

나를 믿고 있는 팬들과 선수들을 위해서,

저 거대한 산을 넘어야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드라마를 이끌고

마운드에서 충돌한다.

동기들과 술 한잔 더 할 시간에

공 한번 더 던지고, 운동장 한 바퀴 더 뛰고자 했던 최동원.

고교시절부터 천재 투수라 불리웠지만,

늘 자신의 앞에 서 있던 그를 이길 수 없었던 선동열.

개인적인 드라마는 최동원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선동열에게는 20년을 연습했지만,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박만수의 스토리가 추가되어,

미약하게 열세였던 판도를 팽팽하게 가져갔다.

몇 년전, 최민식씨와 류승범씨가 주연했던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한번도 본적이 없던 두사람은 신인왕전 결승에서 권투로 만난다.

두 사람의 숙명적인 대결이 있기까지 그들은 각자의 드라마를 이끌고

링에서 격돌한다.

그 영화와 닮아있었다.

결국..

이 영화가 식상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또다른 이유는,

스포츠영화라서, 실화바탕영화서만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결국 자기 자신이며,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약하고 갇혀있던 자신'을 이겨낼 때,

껍질을 벗고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제대로 들어올리지도 못하는 팔을 휘둘러 200개가 넘는 투구를 한 사나이,

갈라터진 손가락을 순간접착제로 붙히고 피묻은 공을 던진 사나이.

그들은 전설이 되었고, 신화가 되었다.